Korean Holy Grails: 다섯 명의 레코드 컬렉터가 고른 드물고 값진 한국 음반들

각 나라의 음악은 오래전부터 일상에 자연스럽게 존재한 고유문화의 한 형태다. 동시대인들에게 당대의 음악은 크게 특별하지 않았을 수도 있으나, 시간이 지나 그 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그것이 매우 높은 가치로 남게 되기도 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6~70년대 한국 Psychedelic처럼, 예전 한국 음악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귀한 축에 속하는데, 이런 음악들을 우연한 기회에 혹은 어렵게 찾아낸 사람들이 있다. 자신만의 기준과 고집으로, 지나간 한국 음악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컬렉터 및 DJ 다섯 명에게 자기만의 ‘성배’에 대해 짧고 굵게 물었다.   

DJ Soulscape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서울에서 DJ와 프로듀서, 제작자로 활동 중이며 RM360이라는 레코드샵 디렉터를 맡고 있는 박민준이라고 한다. 

Discogs를 이용하나?

아직 판매나 구매는 해보지 못했지만, 음반 정보를 찾기 위해 매우 자주 방문하는 편이다. 내 음반을 검색해본 적도 있다. 

당신에게 한국 레코드는 어떤 가치가 있나? 다르게 묻자면, 한국 레코드를 모으는 이유는?

–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순히 어렸을 때부터 집에 한국 레코드 컬렉션이 있었고, 산울림이나 신중현과 엽전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나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당신의 ‘성배’은 무엇인가?

– 1971년에 발매된 김희갑 악단<Go Go Sound Vol.1>이라는 음반이다. 1999년 이화여대 앞 한 음반점에서 샀다. 이 음반은 당시 유행하던 타 Psychedelic 음반에 비교했을 때, 전통 리듬의 새로운 해석과 Latin, Boogaloo, Jazz의 결합으로 진정한 한국적 Psychedelic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들려주는 매우 특별한 음반이라 생각한다. 이후 김희갑 선생님을 실제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께 한국 경음악의 역사와 가치가 현재 매우 폄하되어 있다는 말씀을 듣고 70년대 음악에 더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Tiger Disco

– 예전에는 한국 노래를 튼다는 이유만으로 반강제적 고립의 시간을 가졌으나, 지금은 개인의 숙원대로 Disco City Pop 그리고 70년대 가요를 적절히 섞는 한국의 DJ이자 레코드 컬렉터. 이러한 품격 있는 리듬의 향연을 원하는 이들의 취향을 관철해 나가고자 하는 을지로 Bar Tiger Disco의 사장이기도 하다.

– Discogs에서 판매는 해본 적 없고, 음반 정보를 찾거나 구매만 하고 있다. 

– 예전 한국 음반이 외국 희귀반보다 훨씬 접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가장 정확하면서도 큰 가치가 아닐까. 대도 레코드를 비롯해 오아시스 레코드 지구 레코드의 초창기 음반들은 유튜브를 비롯, 수많은 음원 사이트 중 어느 곳에서도 들어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을 돌며 의외의 장소를 찾아 레코드를 산다. 무엇보다 한국 음악에만 존재하는 다양한 브레이크와 소울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 1971년, 상아실업에서 제작하고 신세기 레코드에서 발매된 <약진하는 한국 메이커>라는 비매용 컴필레이션 음반이다. 삼일제약, 동대문종합상가, 모나미화학 등 여러 한국 기업의 홍보성 멘트 후 노래들이 이어지는데, 그 중엔 The Searchers의 유명곡 ‘Love Portion No.9’과 김추자 선생님의 ‘꿈속의 나오미’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B면의 끝을 장식하는 ‘Over the rainbow’의 진한 색소폰 사운드와 후렴구의 ‘스무스’한 멘트를 좋아해, 디제잉을 할 때 마지막 곡으로 즐겨 플레이한다(길옥윤 선생님이 일본에서 낸 <Mood in sax.1> 음반 수록곡 ‘Over the rainbow’와 동일한 트랙으로 추정된다). 커버 앞면엔 ‘후원 · 한국팝쟉기협회’라는 글귀가 쓰여있는데, 이를 통해 당시 Disc Jockey뿐만 아니라 Pop Jockey란 용어가 존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Curtis Cambou 

– 서울에서 DJ, 레코드 컬렉터 및 딜러로 활동하며 레코드샵 Mosaic Seoul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다양한 실험 음악을 재발견해 소개하는 Daehan Electronics라는 레이블도 함께 전개하는 중이다.    

– 개인 셀러 계정이 있고, 레코드샵 명의로도 판매할 계획이지만, 현재는 오프라인 판매에 집중하고 있어 많이 신경을 못쓰고 있다.  

– 난 프랑스인이지만 한국에 살며 레코드 관련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것이 내가 한국 음반을 좋아하고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꼭 그 때문만은 아니다. 전문가적 입장에서 봤을 때, 한국 음악, 특히 과거 음반들엔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일궈낸 의미 있는 시도가 많다. 그런 부분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아직 발견되지 않은 한국 음반이 매우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음반을 찾는 재미와 행복이야말로 내 삶의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유니버어살 레코드에서 1972년에 발매된 <아름다운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를>이라는 컴필레이션 음반이다. 이 음반은 ‘내슈빌’이라는 소규모 공연장 개념의 공간에 모인 몇몇 아티스트들이 돈을 모아 단 500장만 셀프 제작한 한국 최초의 자주반이다. 이 음반으로 인해 한국에 자주반이란 개념이 생겨났으며, 일반 음반점이 아닌 공연장과 대학교 앞 문구점 등에서만 판매했기에 현재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음반을 제작하고 직접 연주에 참여한 방의경, 황경숙, 김태곤, 박두호 등은 모두 70년대에 활동한 언더그라운드 Folk 뮤지션들이다. 이들이 추구한 Acoustic, Acid Folk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 담백한 보컬이 어우러져, 당시 유행하던 다른 한국 Folk와는 느낌이 꽤 다르다. 깊이 있는 수록곡들이 조화로운 가운데, 박두호의 ‘8번’이란 트랙을 음반의 백미로 꼽고 싶다. 


Airbear

–  서울에서 레코드를 모으며 DJ, 영상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어린 시절 캘리포니아에서 Punk, Indie Rock 계열을 들으며 레코드를 모으기 시작했고, Amoeba Music SF가 있는 Haight Street 쪽에서 일하면서 Psychedelic Rock, Progressive Rock, Soul 등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2008년, 한국에 정착 후, 한국 문화를 더 깊게 알아가며 자연스럽게 한국 레코드도 수집하고 있다. 

– 예전에는 Gemm과 E-Bay를 자주 이용했고, 지금은 Discogs에서 downtownseoul이라는 계정으로 음반 구매 및 판매를 하고 있다. 

– 기본적으로 레코드를 모으는 가장 큰 이유는 DJ로서 음악을 플레이하기 위해서다. 한국 음악을 댄스 플로어에서 틀었을 때의 환기되는 기분은 꽤 특별하다. 그 순간을 위해 음반을 찾아보고 구매하는 단계에서 나와 다른 시대의 음악가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 1989년에 지구레코드에서 발매된 박성신 <SungSin(한번만 더 / 만남 이후)>이라는 앨범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 자주 가던 동네 서점 2층은 마치 뉴욕의 ‘The Thing’을 연상케 하는 레코드 웨어하우스 같은 곳이었다. 거기서 이 음반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때의 나는 City Pop에 관심이 많았고 한국에서도 그런 일본 음반을 종종 찾을 수 있었기에, 덩달아 그와 비슷한 성격의 8~90년대 K-pop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다행히 8-90년대 레코드는 이미 DJ나 프로듀서들이 많이 찾던 한국 Disco, Funk보다 훨씬 저렴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살 수 있었다. 그러면서 서서히 한국 음악만의 고유한 특징에도 큰 매력을 느끼게 됐고. <SungSin(한번만 더 / 만남 이후)>은 사실 지금도 엄청나게 희귀한 편은 아니라 보편적 의미의 ‘성배’라 말하긴 무리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무척 의미 있는 음반이다. 한국 음악을 더욱 진지하게 받아들이던 시점에 알게 된 음반이며, 특히 한국에서 이 음반을 틀 때마다 항상 관객 중 누군가가 다가와 음악에 대해 묻곤 했다. 가장 좋아하는 곡은 ‘향기로운 그대여’. ‘댄서블’하면서도 향수를 자극하는 측면이 있어, 처음 들어도 익숙한 인상을 주곤 한다. 김현철, 최태환, 송홍섭, 김성호 등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이 세션으로 참여해 연주의 완성도도 무척 뛰어나다. 


fantasystar

– 전국 이곳저곳에서 음반을 거래하고 있는 레코드 컬렉터다.

– Discogs에서도 fantasystar라는 이름으로 음반을 판매하고 있고, 음반 구매를 위해서도 자주 드나들고 있다.

– 전 세계 각 나라마다 고유한 음악이 존재하는데, 한국 음악은 한글이라는 독자적인 언어, 그리고 민족 정서에서 오는 독특한 뉘앙스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전 한국 음반은 오직 한국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지 않나? 이것이야말로 한국 음반의 가장 큰 가치고, 나는 그런 음반들을 찾고 판매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당연히 애착이 간다. 

– 올해 발매된 The South Korean Rhythm Kings<Self Ethnography>라는 앨범이다. 사실 ‘성배’라고 할 만한 한국 음반은 예전에 이미 다 팔고 남은 것이 없는 데다, 웬만한 건 어디서든 다 소개가 된 듯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세월이 지난 후 한국 레코드계의 성배가 될 만한 음반을 선정하는 게 좋겠다 싶었고. 우선 올해 발매작 중 가장 만족스럽게 감상한 음반이다. 오랫동안 좋아한 한국 Jazz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하기도 했다. Avant-Garde, Free Jazz 형식에 한국적 정서를 매우 자연스럽게 녹여 냈으며, 그런 측면에서 한국 Jazz 신의 기념비적 음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프레싱의 품질도 매우 훌륭하고, 아트워크 역시 그들이 지향하는 바를 잘 표현한다. 마지막으로 300장 자주 제작 한정반이라는, 컬렉터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소까지 빠짐없이 갖췄다. 어디서든 이 음반을 본다면 바로 구매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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