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at Goes On: 비트볼 뮤직 대표 이봉수는 한계를 격파한다

비트볼 뮤직은 한국 음악을 재발굴한다. 한국 음반만 다루는 건 아니지만, 한국 음악을 통해 비트볼 고유의 시선과 세계를 살필 수 있다. 케이팝 이전의 케이팝, 한국 사이키델릭재즈소울이 궁금하다면 비트볼의 발매작은 그 출발점이자 기준이 될 수 있다. 20여 년간 비트볼 뮤직을 이끈 이봉수 대표를 만났다. 

시작을 묻기에 이미 굳건한 레이블이 되었지만,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2000년까지 시완 레코드에서 일했어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두게 됐는데, 좋아하는 음반을 리이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비트볼이란 이름은 99년인가 이미 만들어놨어요. 2000년에 이미 음반을 한 장 내기도 했고. 기반이 없던 터라 지속적으로 운영하지는 못하다가, 2002년에 포스터 디자인하는 김상만 씨를 만나 본격적으로 시작했죠. 

 

첫 발매작은 어떤 음반이었나요? 

마마기타라고, 90년대 후반 일본에서 비트와 개러지 리바이벌 음악을 하던 트리오에요. 그 팀의 데뷔작을 CD로 재발매했죠. 

비트볼 뮤직의 ‘비트’가 비트 세대, 비트 문화에서 따온 것인가요? 

뭐 그런 것도 있고, 우선 발음이 잘 되는 거로 정했어요. 

 

그루브나 리듬을 말하는 비트에 더 가까운 말이라 짐작했어요. 

좀 더 장르적이라 해야 하나? 다만 비트볼 자체가 100퍼센트 그런 의미를 갖는 건 아니고요. 국내보다 해외에 어필할 수 있는 음반을 내고 싶었고, 해외에서도 읽기 쉬운 말을 조합하다 탄생했어요. 

 

‘제7의 전성기’라 할 만큼 지난해와 올해 왕성하게 음반을 발매하고 있어요. 계기가 있나요?

중간에 로컬 뮤지션들의 새 음반을 제작하고 매니지먼트나 프로모션에 집중하던 시기가 있었죠.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다시 최초의 취지인 리이슈에 더 치중하게 됐어요. 그러다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2018년 레코드 스토어 데이에 맞춰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사운드트랙을 기획 및 발매하며 불이 붙은 것 같긴 하네요. 피드백이 워낙 좋아서. 

어떤 음반이 재발매의 대상이 되나요?

저희가 아니면 소개하기 어려운 것들? 재발굴의 가치가 있고, 동시대에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은 음반들. 한국 음악이 아무래도 많고, 개인적 취향을 보태면 6~70년대 유럽의 사운드트랙도 포함할 수 있죠. 다만 유럽 라이브러리 음반은 현지 레이블들도 워낙 열심히 발매하는 추세라 진입장벽이 높아졌어요. 

 

음악적 관점에서는요? 특히 한국 음악에 관해서. 

비트볼이 코리안 레어 그루브를 발매하는 회사라고 언급되는 경우가 있죠. 일단 그 정도가 적절하겠네요. 거슬러 올라가면, 2004년쯤 신중현 선생님의 재발매 작업을 도와드린 적이 있어요. 그게 <He6와 함께 고고를!>까지 이어졌죠. 소위 말하는 전설의 명반들. 처음엔 1주면 완판되고 그랬어요. 그런데 당시 리스너들이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영미권 클래식 록과 가요 사이키델릭을 동일 선상에서 보고 있었다던가. 막상 들어보고는 열악한 사운드 같은 부분에 실망해서인지, 점점 관심이 줄더라고요. <He6와 함께 고고를!>의 경우엔 재고가 상당히 오래 남았어요. 그러면서 엄청난 회의감이 밀려왔죠. 그 이후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실제 한국 리스너들이 좋아하는 게 뭔지 파악하고, 그런 것부터 소개하는 게 순서가 맞겠다. 희귀함이나 전설 같은 허상에 기댄 리이슈가 아니라. 이후 안타기획과 연이 닿아 팝스 코리아나 캠페인을 시작하고, 김트리오 같이 당대에 대중적 인기를 얻었지만 동시에 재평가할만한 요소가 있는 음반을 재발매 선상에 올리게 됐죠. 디제이 소울스케이프의 <The Sound of Seoul>도 많은 영향을 끼쳤고요. 

희소성보다 ‘웰메이드’로 방향성을 재정비한 셈인가요?

과거에 많이 팔리고 많이 찍은 건 이유가 있을 거라는 판단을 한 거죠. 김트리오, 최헌 선생님 같은 경우 자료를 찾아보면, 신문이나 인쇄 매체에 크게 실린 경우가 많아요. 안타기획은 그걸 다 스크랩해서 갖고 있어요. 스케치북 40권쯤 돼요. 엄청나죠. 

 

한국 음악의 ‘골든 에이지’는 언제라고 보세요? 

일단 70년대 아닐까요? 사회 정치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 되게 다양한 작업물이 나왔어요. 특히 74,75년에서 80년 사이. 제약이 가장 많았던 때인데, 그래도 그분들은 음반을 팔아야 했을 테니까(웃음).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리이슈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고 있다 여길 만하죠. 전문 레이블도 많고, 매체나 음반점에 독립적 카테고리와 차트가 생기기도 하고요. 한국 음악을 재발매할 때 어려움은 없나요? 저작권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거나. 

예전엔 가요 레이블에 접촉할 엄두도 못 냈어요. 마스터 구하기도 어려웠고. 2010년 정도까지도 꽤 폐쇄적이었죠. 저작(인접권)자나 레이블을 찾아 수량을 말하면 그 정도는 안 하는 게 낫다는 얘기를 듣는다거나. 그 뒤로 피지컬에 대한 수요가 늘며 시장 판도가 바뀐 거예요. 이제는 그분들과 10년 정도 꾸준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많이 수월해졌어요. 저희 말고 뮤직리서치나 리듬온 같은 레이블에서도 계속 추진해왔던 것 같고요. 문호가 열리기 시작한 거죠. 

 

한편 리이슈 과잉의 시대라는 지적도 있어요. 정당성 있는 리이슈란 어떤 걸까요? 

저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이런 게 나올 필요가 있나. 하지만 지금 음반 시장에서 작은 회사들이 컬렉터블한 아이템만 갖고 경쟁할 수는 없어요. 나름 낼 만한 것들을 발매하고 있다고 봐요. 과거의 재발매가 컬렉터들 사이에서 이름난 음반을 내는 장사였다면, 요즘 레이블은 좀 다른 기능을 하는 거죠. 이건 들을 만한 가치가 있는 거야, 라고 다시 한번 위로 끌어올려 주는. 새로 내지 않으면 사람들이 찾아 듣지는 않으니까. 

 

최근 비트볼 뮤직의 카탈로그 중엔 특히 컴필레이션이 눈에 띄어요. 한국 재즈 퓨전과 팝을 다룬 <Our Town>, 소울과 훵크 중심의 <Funky Coup>(발매예정) 등이 좋은 예죠. 어떤 기획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바이닐 마켓에 유입되는 연령대가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친구들이 가요나 재발매에 흥미를 갖게 하려면, 진입장벽을 좀 낮춰야 하고요. 동유럽 사운드트랙이나 발리우드 음악, 아프로비트하이라이프도 컴필레이션을 통해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듯이. 레이블과 아티스트 사이에 네트워크가 생기며 긴 공백을 깬 신보가 나오거나 공연이 열리는 순기능도 있고요. 한국 가요에도 그런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한편 해외 시장에 한국 음악을 알리기 유용한 아이템이기도 하죠? 

그렇죠. 신중현, 산울림, 송골매의 음반은 90년대부터 해외에 이미 꽤 알려졌어요. 그 이외의 음악에도 관심은 있는데, 쉽게 접근하지는 못하더라고요. 그런 해외 리스너들을 위해서도 컴필레이션이 좋은 기획이 될 수 있죠. 

 

비트볼 뮤직의 전체 판매량 중 해외 주문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타이틀마다 달라요. 작년에 발매한 엔니오 모리코네 컴필레이션은 대부분이 해외로 나갔고요. 2004년쯤 발매한 가요 음반도 해외에 많이 보내긴 했어요. 히식스데블스 같은. 얼마 전에 나온 <Our Town>도 반응이 좋은 편이고요.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발매작은 뭔가요? 

CD 중에서는 김트리오 1,2집. 젊은 친구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레코드 중에서는 이판근 선생님의 <재즈로 들어본 우리 가요 민요 팝송>을 꼽고 싶네요. 과장 좀 보태서 정말 필사적으로 했어요. 어떻게든 이건 발매를 해야겠다. 

반대로 리이슈하고 싶은 단 한 장의 음반을 꼽는다면요? 

정성조 선생님의 OST 트릴로지라고 해서, <영자의 전성시대>, <어제 내린 비>, <겨울여자> 이렇게 세 장이요. 팝스 코리아나 시작하면서도 언젠가는 꼭 내고 싶었던 음반이에요. 신중현 선생님 관련 음반 제외하고 80년대까지 단일 음반으로 음악적 가치가 도드라지는 작품 찾는 게 쉽지 않거든요. 싱글로 따지면 정말 훌륭한 곡들이 많지만. 그리고 이건 성사됐다고 봐도 되는 건데, 길옥윤, 유복성, 이생강 선생님의 <민속악과 째즈>. 80년대에 CD만 나왔어요. 올해 안에 발매하려 해요. 

 

공식적으로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곧 20주년을 앞두고 있어요. 레이블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어떤 걸 핵심으로 하든 아직 기회는 많이 있다. 겁먹지 말고 무조건 시작해보세요. 레이블은 자신이 속한 지역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충분히 자유로울 수 있죠. 그런 한계를 격파할 수 있는 기획을 해보셨으면 해요. 음악에 국경이 없는 시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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