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xt Generation Of Korean Record Collector: Sunaoira

전 세계에는 수많은 레코드 애호가가 있고,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한 음악들을 수집한다. 우리는 이들을 ‘컬렉터’ 또는 ‘디거’라 부르는데, 얼마 전 대전에서 그 동안 우리가 만나지 못했던, 조금은 다른 레코드 컬렉터를 만났다. 올해 24세, 구본영(Sunaoira/D9)은 한국의 컬렉터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그만큼 그의 컬렉션과 그가 레코드를 보는 관점은 매우 흥미롭다. 지나간 한국 음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며 생소한 음반들을 모으는 이 젊은이는, 우리가 지나쳤던 그 시대의 유산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재조명한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대전에서 레코드부터 고서(古書)까지 이것저것 수집하는 구본영이라고 합니다. 조그만 레코드 레이블을 운영하면서 DJ 및 밴드 드러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Sunaoira는 무슨 뜻인가?

대단한 뜻이 있는 건 아니고, 80년대 일본 Pop-Rock 밴드인 Southern All Stars를 좋아하던 어머니의 ID인 Sunao에 ira를 붙여 Sunaoira라고 지었습니다. DJ를 할 때는 D9이고 음반 발매시에는 Ein Hungerkünstler라는 예명을 쓰고 있습니다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인데, 어떻게 레코드 수집을 시작하게 되었나?

고등학교 1학년 때,  Anthony Fantano가 운영하는 TheNeedleDrop 유튜브 채널에서 바이닐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다가 저도 레코드를 모아볼까 생각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모아오고 있습니다.

어떤 음악을 주로 모으나?

제가 특히 좋아하는 장르인 Free Jazz, Noise, Industrial, Experimental, Psychedelic, Folk 음반부터, 국내 재래시장에서 구할수 있는 뽕짝까지 다양하게 모으고 있습니다. 요새는 고등학교 밴드 음반이나 자주반도 모으고 있어요. 한국 음반의 경우에는, 제가 70년대풍 그래픽 디자인을 좋아하기도 해서, 70년대 음악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지금은 구하기 어려워졌지만, 예전 유흥업소에서 연주하던 방식처럼 5~60년대 음악을 70년대 스타일로 편곡한 음반들에 흥미가 있어요. 이런 음반들은 당시의 여러 해외반과 견줘도 음악적으로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실험정신이 강한 상당히 독특한 스타일이거든요. 예를 들어, 일본의 그룹사운드 음반들 같은 경우, 비틀즈나 60년대 Folk 사운드의 영향이 컸던 반면, 한국은 이상하게 그런 영향이 금세 사라지고 Psychedelic한 사운드를 많이 추구했다는 점이죠. 또 이러한 음반들이 그 당시 많이 나왔다는 것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컬렉터로서 “음악이 훌륭하다” 이외의 레코드를 고르는 특정한 기준이 있나?

아무래도 음악 자체가 좋아서 사는 음반도 있지만, 일단 커버 아트가 마음에 들면 높은 확률로 음악이 괜찮을거라 생각합니다. 실제 디깅할 때 듣지도 않고 표지만 보고 사는 경우가 의외로 많아요. 또 옛날 학습 교재용 7인치 음반이나 학교 교가 앨범, 보험사 광고 음악 같은 특이한 음반을 발견하면 바로 사는 편입니다. 물론 레이블이나 시리즈 등 일반적 기준이 될만한 요소도 당연히 감안하고요. 

그 기준은 한국 음반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나?

오히려 한국 음반은 전속 밴드의 실력이나 레이블별 프레싱 퀄리티의 차이 때문에 기준을 더 까다롭게 세워야 하지만, 선택의 폭이 작아서 그런지 결국 커버 아트에 끌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음악이 어느 정도 괜찮다 싶으면, 보기 좋은 ‘빽판(Bootleg)’ 컴필레이션도 종종 고르곤 합니다.

동일한 장르라 가정했을 때, 한국 음반과 한국 음악에서만 발견되는 공통적 특징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아무래도 주로 모으는 음반들이 제작된 시기가 70년대인 만큼, 검열 때문에 장르의 특성을 맘껏 표현하지 못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Psychedelic의 경우, 대중성 높은 Pop의 느낌이 섞인 경향이 있죠. 하지만 저는 그것을 음악성 저해 요소라기보다, 오히려 한국 Psychedelic의 고유한 스타일이라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해외에서 한국 Psychedelic의 수요가 높은 이유 또한 그런 독특한 성격 때문일 테고요. 

이미 꽤 유명해진 한국 소울, 훵크 이외에 어떤 한국 음악이 가장 흥미롭다고 느끼나? 과소평가된 장르라거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인 Folk와 Old K-pop를 꼽고 싶습니다. 한국의 Folk 같은 경우, 다른 장르에 비해 양적으로 풍족하지만, 현재는 매우 희귀하거나 특별한 사연이 얽힌 음반이 많아 흥미롭습니다. 해외 유명곡 샘플링이 빈번했던 탓에 과소평가되는 부분도 있다고 보고요. Old K-pop은 아무래도 시대적 차이 때문에 그 가치에 비해 훨씬 외면받는 인상입니다. 그래도 한정무의 ‘에레나가 된 순이’나 김해송의 ‘청춘계급’ 같은 경우에는 드라마나 영화 수록곡으로 쓰이며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 것 같습니다. 멜로디도 워낙 뛰어나고요. 

수집한 한국 음반에 대한 정보들을 Discogs에 많이 업데이트했는데, 이유가 있나?

Discogs의 한국 음반 데이터베이스는 아직 다소 부실한 편이에요. 번역이 잘못되거나 한국어로만 표기되어 있거나, 혹은 아예 정보 자체가 틀린 음반이 상당히 많죠. 한국 음악에 대한 애착과 별개로, 한 명의 컬렉터로서 사명감이 생기더라고요. 한 외국 셀러가 ‘한국어 번역 요청’이란 제목으로 Wantlist를 만든 걸 보고 도움을 주고 싶어서 메시지를 주고 받은 적도 있어요. 알고 보니 그 셀러는 Discogs 직원이었고요(웃음). 아무쪼록 한국 음반을 찾는 전 세계 컬렉터들에게 제 섭미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얼마 전부터 Discogs에서 음반 판매를 시작했다. 왜 이전엔 셀러로 활동하지 않았나?

일단 단순히 판매에 큰 흥미가 없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레코드들을 팔려면 아예 직접 페이지를 만들거나 수정해야 하는 상황도 많았고요. 종종 제 컬렉션을 보고 메시지를 보낸 분들은 있었어요. 70년대 한국 Rock 밴드인 He5의 <Merry Christmas> 앨범과 일본 Studio Ghibli의 1989년 애니메이션인 <마녀배달부 키키> 사운드트랙 원판을 거래한 것이 기억에 남네요. 

본인이 좋아하는 장르 위주의 레이블도 운영하고 있다. 어떤 레이블인가?  
개인적으로 소소하게 BCM Publishers (Bootleg Cassette Man; 前 한민족음향기록社)라는 지역 레이블을 운영 중입니다. 로컬 옵스큐어(Obscure) 레이블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포맷은 Cassette와 Vinyl만 발매하고, 우선 주변 친한 뮤지션 또는 그가 소속된 밴드의 음반을 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Mitsukou라는 친구의 <Greatest Hit> 앨범과 Rakenbear의 <Part 1>, 한국 음악 디거로 잘 알려진 Jamal The Heavylight <Slow Jam Seoul> 등이 있어요. 장르는 크게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바탕으로 일본의 80년대 인디 레이블처럼 활동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향후, 예전에 빛을 보지 못한 한국 음반 재발매에도 도전해보고 싶고요.

한국의 젊은 음악가 중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 

제 고향인 대전에서 본업을 하다보니 많은 아티스트와 교류하긴 어렵지만, 그나마 친한 레이블인 Vacuum PRESS / 眞空出版에서 음반을 발매한 아티스트 중 Lee Hyojun, Mitsukou를 소개하고 싶네요. Lee HyojunDub, Instrumental 등에서 영감을 받아 자기 스타일로 Ambient, Avantgarde 음악을 하는 친구고, Mitsukou는 80년대 일본 Ambient의 영향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하는 뮤지션입니다. 

 

수집한 음반들 중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음반은 무엇인가? 5장을 꼽는다면.

 

  1. 지영훈<롤플레이>

서울에서 같이 디제잉을 한 Huni’G(지영훈) 형님이 직접 제작한 세상에 두 장밖에 없는 판을 합정동 만평이라는 바에서 경매로 내놓았을 때 구매했습니다. 미개봉 독립영화인 <롤플레이>의 Soundtrack으로, 잔잔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곡들이 수록된 앨범입니다.

 

  1. 화이브 휭거즈 – <5th Fingers & Top Song Vol.2 (어느 小女에게 바친 사랑 / 외롭지 않으세요)>

대전역 레코드 가게에서 이 앨범을 발견한 뒤로, 화이브 휭거즈 판들을 대거 주문했습니다. 화이브 휭거즈는 60년대 중후반 미8군 무대에서 해외 유명곡들을 번안해 부르던 밴드였죠. 조용필이 기타 세션이었다는 사실도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Surf, Garage Rock 장르를 다룬 밴드 중 가장 신선하다고 생각합니다. 

 

  1. The Gerogerigegege<Senzuri Champion>

Noise 뮤지션 중 가장 좋아하는 Juntaro Yamanouchi의 프로젝트 밴드 The Gerogerigegege의 두번째 앨범입니다. 저는 갖고 있지만, Noise의 성배라 불리는 음반인 만큼 재발매가 나오길 고대하는 중이죠. 그나저나 Juntaro Yamanouchi 님이 제 Noise 음악을 본인 레이블에서 발매해도 되겠냐고 물었는데, 바쁘신지 아직 연락이 없네요(웃음). 

 

  1. The Stalin<Trash>

Michiro EndoPunk 레이블 ADK Records의 창립자 Kazuo Tamura(Tam)가 몸담은 일본 밴드 The Stalin의 음반입니다. Unofficial CD와 LP까지 살 정도로 아끼는 음반이고요. 오리지널을 꼭 사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밴드 보컬인 Michiro Endo 씨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사게 됐네요. 

 

  1. 템페스트<백만불의 보칼싸운드 템페스트 팝송 제1집>

한국 그룹 템페스트의 초기작으로 외국곡 커버 음반이지만, 몇몇 수록곡은 강력한 드럼 사운드로 원곡을 능가합니다. 템페스트의 앨범을 많이 갖고 있지는 않지만, 이 음반만으로도 뿌듯합니다. 

 

글로벌 데이터베이스가 쌓이고, 아시아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자연스레 한국 음반 또한 컬렉팅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 음반에 막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지금까지 이곳저곳에서 저만의 기준으로 한국 음반을 모았는데, 이제 한국 음반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음반의 유명세와 별개로 한국 음악엔 알면 알 수록 오묘하고 재미있는 포인트가 많다는 것입니다. 저 또한 그런 부분을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 이상하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음반을 모으고 있는 것이고요. 유행에 치우친 특정 재발매 한정반에만 관심을 갖기보다, 편견을 버리고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면 숨겨진 보물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발품은 기본이고요. 

마지막으로, Discogs와 향후 한국 레코드 시장에 기대하는 점은 무엇인가?

숨겨진 경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한국 희귀반이 Discogs에서 활발하게 거래되었으면 합니다. 관련 재발매도 뒤따랐으면 하고요. 이전 세대에는 향수를, 미래 세대에는 신선함을 전달할 수 있도록. 그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한국 레코드 문화가 발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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